내 성격이 오락가락 나조차 알수없을정도로 변동이 심하다.
오늘 일기로 하루하루를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시작이 반이라 했다.
당장 시작한다.
아무리 못해도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맞다면 절반은 성공한거 아니겠는가? ㅎㅎ
정리라는 습관은 내게 있어서 전혀 없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정리와는 반대되는 삶을 살았다.
정리하는 맛을 크게 본뒤로 무엇에 대하여 input이 있었으면 정리해서 output을 내야지 어느정도 들어 배운게 내것이 됨을 이일형 장로님의 메시지에 큰 영향을 받았다.
무튼 서론이 항상 길어진다.
오늘 정리를 해보자.
어제밤에 새벽 4시가 다되어 잠들고 오늘 10시쯤에 일어났다.
아버지가 입원해서 병문안을 가느라 과외 상담을 미루고 좋은삼선병원으로 갔다.
아버지의 상태가 전날보다 많이 호전되어 대화가 가능했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아버지의 목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말 한마디도 하기 힘들어 하셨는데
이틑날 오늘은 말씀을 정상까진 아니지만 하루만에 매우 크게 호전이 되었다.
아버지는 병원을 잘 가지 않으신다.
아프면 약먹고 쉬고 일하러 가신다.
무튼 아버지와 만나서 밥을 먹으러 갔다. 무슨 어부 밥상이였는데 인당 16,000원 짜리 밥상에 돈이 나같은 짠돌이가 전혀 아깝지 않을정도로 정말로 퀄리티의 음식이였다. 16첩 반상에 해산물, 연어샐러드, 전어구이, 불고기 삼겹살 세점, 낙지볶음, 꼬막, 미역국, 시금치와 이름모를 나물, 또 먹어본적이 없던 해초(?)와 미역 이외에도 반찬이 더있었다. 2인 32,000원에 이러한 퀄리티의 밥상을 제공받을수 있는건 한국밖에 없지 않냐는 생각이다.
만약 미국이였다면 인당 $50짜리, 2인해서 $100짜리라 해도 미국인들은 놀라 자빠질만큼 풍성하고 신선하고 깔끔하고 가성비가 진짜 지렸다.
먹으며 오줌은 안쌌지만 음식에서 조금 과장해서 먹으며 오르가즘을 느낄정도 였다 ㅎㅎ
난 그저 밀양돼지국밥을 기대한 점심이였는데, 아버지는 이런 식당에 데리고 오셨다.
그리고 정말 탁월한 결정이였다.
내가 기대한건 돼지국밥이였는데, 거의 먹어보지도 못한 16첩에 최고의 밥상.
솔직히 16,000 짜리에 내가 먹어본 밥중 인생 최고의 밥상이였던것 같다. 정말이다.
사진도 찍어 놓았다.
무튼 아버지와 그렇게 먹고 카페를 찾다가 엄마를 만나 결국엔 병원 1층 카페에서 카스테라를 먹었다.
역시나 아버지는 입원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언성을 높이시며 이야기 하셨다.
카페에서 남들보기에 참 민망했지만 어떡하겠는가.
평생 장사한 아버지에게 내가 가진 교양과는 1층과 100층 사이인데…
그냥 민망함은 내 몫으로 한채, 아버지에게 언성을 낮추시라고 계속해서 손짓하고, 나의 목소리를 낮춰서 전달하는 방법이 최선이였다.
그렇게 3시간정도를 이야기했다.
우리 아버지와 내가 3시간을 얘기한다는것은 지금껏 인생에서 다섯 손가락도 아니고 세손가락정도 되는것 같다.
그러한 세번정도의 긴 대화를 통해 아버지와 나의 지나치고도, 굉장한 갭을 메워가고 있다.
참 아버지는 표현이 그래서 그렇지 날 아낀다는 사실은 내겐 팩트이다.
아버지가 입원하셨다고 해서 사실 나도 속으로 굉장히 놀라고 입원한 아버지의 모습은 태어나 평생 처음이였으니 말이다. 또 열이 37.4도 까지 올라갔으니 말이다.
호랑이같던 아버지에게 63이 되니 이전엔 전혀 볼수없었던 환자복을 입은 아버지의 모습을 생전 처음 보게 되었다.
그래도 환자복만 달라졌지, 찌푸린 인상과 그 무섭고도 폭력적인 언성은 어찌나 바뀌지 않는것인지…
하나님도 이런 아버지를 바꾸시려 얼마나 맘고생 하셨겠는가.
그런 하나님의 고생덕분에 아버지는 예전과는 확연히 많이 바뀌셨다.
이젠 내가 대꾸를 할수 있을정도가 되니 어느정도의 만족감을 느낀다.
“아버지 나이 올해 63이시죠?” 물으니 “아빠는 36이다. 형처럼 대해라” 고 답하셨다.
유머러스함은 정말 아버지의 큰 장점이자 매력이다.
아버지의 마음은 어린아이 같은데 그게 전달할때는 호랑이다.
예전의 아버지가 헐크였다면 지금은 호랑이 정도 되는듯. 아니면 이빨은 아직 안빠졌지만 털이 정리가 안된 조금 늙은 호랑이. 사람나이로 치면 4-50대 호랑이정도는 되보인다. ㅎㅎ
그래도 아버지의 얼굴이 많이 괜찮아진것을 보았고, 피부도 정말 좋으셨다.
누가 63살로 보기보단 아마 50대 중반으로 보실듯 하다.
동안은 아버지와 나의 공통분모다.
여하튼 신앙적인 얘기와, 교회얘기, 또 김현규 담임목사님에 대한 총격전같은 폭풍같은 대화를 넘어서고는 아버지의 여린 마음이 엿보였다.
아버지는 “신앙이고, 교회고, 예수님이고 뭐고 다 떠나서 나의 제일로 원하는것은 우리가족이 잘되는것이다. 네 엄마, 시찬이 니, 누나, 예람이를 위해서 아빠가 얼마나 희생했노”
맞는말이다. 인정할건 인정해야한다. 아버지의 삶이 매우 어그러진것도 사실이지만, 희생을 한것도 가족 누구도 부인할수 없는 팩트다.
뭐 여하튼, 내일도 아버지 병문안을 갈생각이다 ㅎㅎ
아버지와의 관계가 점점 회복되고 있다.
아버지는 이러한 대화의 갈등이 싸우는것이고 분쟁이고 다툼이라고 오해하시는데 사실 나는 이것이 회복의 과도기라 생각한다.
10년도 더된 나의 원망과 분노가 어찌 몇달만에 단 한번에 뒤바뀔수 있겠는가.
과도기는 회복의 필수요건이자 필수 단계라 생각한다.
아버지의 단순한 생각이 깊어졌으면 좋겠다.
하나님 우리 아버지의 단순함을 지혜로움으로 채워주시면 안될까요?
현실적으로는 정말 불가능해보이는데 하나님은 그래도 세상사람들보다는 아버지를 가장 확실하게 바꾸실 분임은 믿습니다. 하나님께서 기적을 베풀어주시면 좋겠지만 사실 저는 그러한 기적을 경험한 적이 없기에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내가 본 하나님은, 시간과 고생을 통해서 사람을 서서히 바꾸어 가시는 분이라 믿기에, 지니같은 순간에 회복되리라는것은 그저 나의 환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럴분이 셨으면, 나의 니코틴 중독도 제 간절한 기도에 응답을 즉시 해주셔서 제가 지금은 담배를 안피고 있겠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좀 답답합니다. 능력은 무한하신데 왜 그리 느린 방법을 고집하시는지… 에휴…
난 일기 여서 마칩니다.
제겐 일기를 간단명료하게 정리하는 스킬을 부어주십시오. 이것도 몇년걸리겠지요? 내가 반드시 노력해야만 바뀌는 그 느리고 답답한 방법으로…
나도 내가 하나님을 오해하는것이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단번에 고치시는 예수님은 제가 경험해보지 못했으니 말이죠.
하나님의 능력을 의심하는것보단, 그런 방법을 택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이라고 저는 현재 생각해요. 제 생각이 틀렸으면 좋겠어요.